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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글쓰기

인생 오답노트 - 반지하방

by 독거성자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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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오답노트 - 반지하방

이 글을 쓰는 나는 반지하 골방에 산다.

( 에어콘은 남의 집 것 )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몇년째 살고 있는지 햇수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살고 있다.

반지하가 뭐 어떠냐고? 좋은 반지하도 있지 않느냐고?

글쎄...? 모르지. 정말 쾌적하고 빛도 잘 들어오는 그런 괜찮은 반지하도 어딘가에는 있을지는 모르겠다. 예를들어 강남 아파트 반지하면 일반 지상보다 비쌀테니.

(과연 이 책의 저자는 본인이 반지하에 살아보고 썼는지 궁금하다) ​

그러나 나는 우리가 반지하방 하면 따올리는 바로 그 음울한 반지하방에 살고 있다.

흔히들 반지하방은 습기차고 곰팡이 피고 더럽고 공기가 안좋다고 말한다.

그말 그대로다. 100% 정확한 말이다.

이건 뭐 초등학생도 알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간단한 원리다.

반지하는 지상에 창문하나 뺴꼼히 내놓거나 아니면 아예 창문도 없이

말그대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땅아래에 만든 방이다.

그래서 비만 오면 침수의 위험이 상존한다.

나의 경우 비가 적게 내리면 몰라도 장마철 폭우가 내리면 늘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여름처럼 긴 장마일 경우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 반드시 지상으로 올라가 배수구멍의 거름기에 낀 흙과 길고양이털과 위층에 사는 몰상식한 인간이 내가 분명히 얼굴보고 그러지 말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를 창문밖으로 버리는 등 해서 그 오물들을 털어내 다른 곳에 버려야만 한다.

배수구 수체구멍에 낀 오물을 비가 많이 내리고 난 다음에는 꼭 털어줘야만 침수위험을 막을 수 있다. 이럴때 반지하사는 사람의 비애를 느낀다.

예전에는 옥탑방에 살았는데 그때는 적어도 비온다고 걱정할 일은 없었다. 햇빛도 아주 쓸만하게 책상옆으로 들어와서 대낮에는 등을 켤 필요 없고 햇살도 직접 받으니까 그럭저럭 살만 했다. 단 여름,겨울의 극심한 고온,저온은 어쩔수 없었지만...

아무튼 반지하에 살면서 침수불안감만이 괴로움의 전부가 아니다.

장마철에는 시멘트벽지를 타고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늘 눅눅하고 습하다.

바닥 장판에는 습기가 차서 늘 물기가 베어있다.

문밖에는 비가 올때 빗물을 받도록 바닥에 배수구가 있고 안에 모터가 있어서 빗물이 지상에서 계단을 타고 흘러내려와 바닥에 판 배수구멍에 차면 이것으로 호스로 연결해 밖으로 빼내어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게 또 고장이 난다.

그럴때마다 집주인에게 불편을 호소해야 한다. 여간 눈치보이는 고역이 아니다.

이렇듯 반지하는 정말 사람이 살곳이 못된다.

비만 왔다 하면 방안과 문 밖에 습기와 물기가 그득하게 차고

사시사철 공기가 습기를 머금어 탁하다. 환기를 자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왜 환기를 자주해야 하는지부터가 문제의식이 생긴다.

가장 치명적 단점은 햇빛을 직접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간혹 햇빛을 포기하고 24시간 전등에 의지하는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햇빛을 잃고 사는 입장에서 반지하의 최악은 햇빛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 볼일이 생겨 밖에 나갔다가 경희대와 외대 사이의 부동산 매물이 밀집한 주거지역을 대충 훑어봤다.

마침 장마,태풍이 지나가고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맑은 날이어서 오랫만에 햇빛을 쬐고 시원한 바람도 느꼈다. 정말 좋았다.

그때 새삼 확인했다.

사람은 햇볕을 보고 살아야 한다고....

단순히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만 햇빛을 보는게 아니고 일단 사람의 기분이 달라지고 그것은 또한 정신을 달라지게 한다.

24시간 사시사철 음침한 반지하에 사니까 사람의 정신이 어둡고 부정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생각이 든다. 신바람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순간의 기분일 지언정 그런 기분을 제공할 수 있는 일조량의 환경조건을 포기하는 순간 신바람은 사라진다.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른다. 공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에 쳐해야만 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햇빛의 소중함은 햇빛을 잃고 살아보면 자동으로 몸이 알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옥탑방을 떠난것도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집주인이 월세를 꼬박꼬박 올리는 바람에 빈정상해서 어쩔 수 없이 싼 월세를 찾다보니 반지하로 왔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나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혹시 이글을 보는 당신이 돈아끼려고 반지하방을 생각하는 청춘이라면 정말 뜯어말리고 싶다.

차라리 옥탑은 청춘에게 괜찮다. 젊은 혈기로 추위와 더위 쯤 견딜 수 있다면 옥탑은 풍부한 햇볕의 축복을 내려주니까.

그러나 반지하방은 절대적으로 비추한다.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이 어떤가는 반지하방에 살아보면 아는데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쉽게 말하자면 반자하방 살이는 감옥살이와 속성이 같다. 햇빛을 보지 못하니까.

나는 그나마 지상 위로 창문이 있어서 햇살이 아주 약간 들어오긴 하지만 옆 건물에 가려서 하루중 아주 극소량만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감옥과 다름 없는 일조량이다.

돈 몇푼 아끼려고 반지하방을 택하지 말지어다.

그 돈 아끼려는 마인드를 차라리 그 돈 몇푼 더 벌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바꾸어서 살기를 권한다. 안그러면 나처럼 돈내고 감옥살이 비슷한 생활구조에 갇히게 된다.

나의 인생노트는 오답으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다.

반지하방은 그 중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80년대 독일 출신 헤비메탈 밴드 HELLOWEENI WAN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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