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
너를 처음 봤을 땐 너무나 밝고 진하고 예뻤어. 빛이 났지.
난 요정같이 귀여운 너에게 무심코 다가갔지.
넌 도도한 자태로 가만히 있었고 난 너에게 겁도 없이 키스를 했어.
첫 키스에 넌 상큼하고 은은한 향기를 뿜었지만
너에게 입을 뗐을 때 난 곧바로 후회했어.
넌 아직 준비가 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넌 말없이 경고했지만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에 빠져
난 실수를 해버린거야.
촉촉한 줄만 알았던 너와의 딥키스는
내 식도에 모래를 끼얹은 듯한 불쾌감을 주었지.
너에게 입을 떼고 난 뒤에도 한참을 난
너와의 때이른 키스를 후회하며 고통스러워야 했어.
난 너와 잠시 이별을 해야 했어.
사람들은 3일, 5일, 길어야 일주일이면 네가 바뀔거라고 알려주었지만
넌 완고하게 나를 외면했지.
그렇게 훌쩍 일주일을 넘겨 이주일이 되었을 때 쯤
그토록 탱탱하고 예뻤던 너는 어느새 그 밝고 귀여웠던 색깔을 버리고
어둡고 탁한 빛깔의 여인이 되어 있었지.
그제서야 난 다시 너를 만나 키스를 할 수 있었어.
성숙하게 변한 너의 키스는 예전의 그 땡땡하고 떪은 맛이 아니었어.
어느새 깜짝 놀랄만큼 부드럽고 달콤해져 버렸어.
비록 그 귀엽고 예뻤던 청춘은 스러졌지만
그 뻑뻑하게 고통만 주던 떫은 맛은 함께 사라지고
성숙한 달콤함을 갖게 된 너.
너의 청춘은 예쁘지만 떫고
너의 늙음은 쭈글쭈글하지만 달콤한 기쁨이야.
땡감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단 걸
너의 떫은 맛으로 알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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