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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은 미국의 국제정치에 대한 풍자다.

by 독거성자 202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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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은 한때 한국에서도 인기있었지만 한국 프로레슬링 선수 중 한명이 스스로 사전 연출된 "쑈"라고 폭로하는 바람에 진짜 싸움인줄 알고 있던 대중이 엔터테인먼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여 그 뒤로 인기가 시들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아예 망해버린 시장이다.

일반 스포츠라고 하기엔 쑈맨쉽과 사전각본이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쑈라고 하기엔 엄청난 고난이도의 위험한 거친 운동이 포함되는 등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합쳐진 스포테인먼트에 해당하는 장르는 프로레슬링이 독보적이다. 프로레슬링은 현재도 미국에서 인기있으며 미국인이 즐겨보는 스포츠 장르중에 미식축구와 함께 빠지지 않는다. 미식축구는 미국만 하고 프로레슬링도 사실 미국처럼 성행하는 나라는 일본 말고는 많지 않다. 그만큼 스포테인먼트라는 장르는 독특하고 대단히 미국적이라고 할 수 있다. 헐리우드 액션으로도 불리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쑈맨쉽과 동시에 위험하고 거친 격투기성 대전을 한다는 점에서 프로레슬링은 그 태생부터 미국이 오리지널이었다.

 

일본도 프로레슬링을 역도산이 미국에서 배워와서 흥행시키면서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쑈맨쉽에 있어서는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일본 프로레슬링은 쑈맨쉽보다는 진지하고 거친 격투기의 성격에 더 가깝다.

미국 프로레슬링이 독특한 이유는 매우 테크니컬하고 과격한 대전 격투방식을 취하면서도 진지함에 빠지지 않고 때론 코믹하게 때론 엉뚱하게 사건사고를 만들고 비주얼적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가 이기고 누가 실력이 뛰어나고 이런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재미있게 보는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짙다.

이런 방식의 경기운용은 미국 외에는 전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아니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테인먼트 자체가 미국 외의 나라에서는 별로 발전한 곳이 없다. 미국의 사실상 독무대나 다름 없다. 

미국 프로레슬링은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추어 적응하고 변화해 왔는데,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느끼는 재미이지 선수 개개인의 실제 기량이 아니다. 선역과 악역이 나뉘어 서로 갈등하고 싸우지만 선역 선수가 악역으로 바뀌기도 하고 악역 선수가 선역으로 바뀌기도 하며 이도저도 아닌 애매하고 기괴한 캐릭터의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 미국이 중동에서 전쟁을 벌일때는 중동 지역 분위기를 옷차림이나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선수를 등장시켜 대전을 벌이게 하고 눈요기를 위해 외모가 매우 뛰어난 여자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데 실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미국 프로레슬링의 백미는 바로 반칙이다. 프로레슬링이라는 장르 자체가 이 반칙을 빼면 볼게 없다고 할 정도로 반칙이 원래부터 룰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심판이 다섯까지 숫자를 세어 그 안에 반칙을 멈춰야하고 심판이 숫자를 다 셌는데도 반칙을 멈추지 않으면  그런 사례가 흔치는 않지만 반칙패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레슬링에서 반칙은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계속되며 관객들은 심판이 보지 않을 때 사물을 이용하여 비겁하게 하는 공격에 재미를 느끼곤 한다. 선수들간에 원한과 복수, 너무 강한 악당 선수가 심판을 무시하고 반칙을 계속하면 라커룸에 있던 사복 차림의 다른 선수가 출동해서 대리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감정이 얽히는 관계의 드라마를 폭력의 표현으로 연출해서 보여주는 것이 프로레슬링이다.

 

국제정치가 바로 이러한 반칙이 난무하는 프로레슬링과 비슷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 공동체의 최대 단위는 '국가'이며 국가를 넘는 초국적 공동체는 없다. 유엔이라는 기구가 있지만 이것 또한 가입 국가들간의 능력 차이에 따라 그 영향력에 차이가 크다. 유엔기구 본사가 미국에 있고 유엔을 운영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돈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즉 유엔은 사실상 미국이 관리하는 명목상의 세계연합 기구일뿐 실제로 전세계 국가들이 똑같은 지분으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며 똑같은 지위를 갖는 그런 초국적 기구,단체,조직 따위는 전혀 없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 전쟁이며 이러한 전쟁은 유사 이래 언제나 늘 있어왔던 인류역사의 보편적 현상이다. 그런데 전쟁도 마찬가지로 정정당당한 전쟁이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으며, 온갖 권모술수가 동원되는 일종의 반칙의 장인 것이다. 그 어떤 전쟁도 군인들 간에 전투력만 가지고 순결하게 싸우지 않는다. 군인의 전투력과 무기의 우수성을 가지고 순수하게 싸우는 전쟁이란 소설에나 나올 뿐 현실의 전쟁이란 온갖 더러운 방법이 동원되는 것은 전쟁사의 흔한 모습들이다. 바로 그렇게 원칙은 있으나 반칙을 일삼는 점에서 프로레슬링과 국제정치는 매우 닮았다. 심판이 반칙을 보면 못하게 말리고 선수들도 못이기는척 반칙을 멈춘다는 점에서 원칙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심판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반칙을 하는 것이 유능한 것이며 반칙을 안하는 선역도 어디까지나 각본에 따른 연출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잘 알면서 보는 것이다. 미국이 내세우는 국제적 정의의 명분이 바로 이런 프로레슬링의 선역 선수의 퍼포먼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공작임을 국제정치를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미국은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할때 트럼프가 보여줬듯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막강한 무기들을 바다에 하늘에 지상에 선보이면서 무력 시위를 보여준 바 있다. 미국 프로레슬링도 이렇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절묘하게도 미국 역사상 북한을 상대로 6.25 전후에 트럼프처럼 전쟁 불사의 무력시위를 대대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전무한데 그런 트럼프가 미국 프로레슬링 업계와 친분이 매우 두텁다. 트럼프 자신이 프로레슬링을 매우 좋아하여 투자도 하고 업계 관계자들과도 친하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국제정치를 하면서 이러한 미국 프로레슬링의 화려한 쑈맨쉽과 강력한 테크닉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끝내 실제 전쟁은 벌이지 않았다. 마치 프로레슬링이 진짜로 싸우는 것처럼 과격하지만 진짜로 싸워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실제로 전쟁을 벌여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 있다. 프로레슬링도 기본적으로 쑈이긴 하나, 경기 도중 선수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례가 있다. 헤비급의 거구들이 몸을 날려 링바닥에 몸이 떨어질 때마다 아무리 연출된 액션이라도 그 충격 자체는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할 수 밖에 없기에 진통제와 약물을 하는 사례가 많아서 약물 중독과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프로레슬링은 때로는 선수가 죽기도 하는 진짜 위험한 운동이기도 하다.

 

반칙을 하고 쑈맨쉽을 하고 때로는 진짜로 죽거나 크게 부상을 입기도 한다는 점에서 미국 프로레슬링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벌이는 온갖 공작정치와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국제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압도적인 힘과 영향력을 가진 패권국가인 미국 대통령 중에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트럼프가 있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즉 미국 프로레슬링은 미국의 국제정치에 대한 셀프 풍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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