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신굽신 인사법을 집어치우자

찌질해 보이는 굽신굽신 인사 예절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반드시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면서 고개와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도록 교육받았다.그런데 동네에 부모님과 아는 사이의 어른들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인사를 하면 나는 분명히 안녕하세요 하며 고개 숙여 인사릏 했는데 그 어른이 인사한것을 보지 못해서 왜 인사안하냐는 듯한 퉁명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경우에 다시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허리를 숙여 인사해야만 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참 어색하고 불편했다. 반대로 어른들 입장에서 보자면 반듯하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에 말로만 하는 인사는 싸가지 없는 것이고 고개와 허리를 제대로 굽혀서 안녕하세요 라는 말과 동시에 해야 제대로 된 인사였다. 그래서 고개만 까딱 하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면 그 모습조차 싸가지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인사를 하다보니 어른들을 마주치기가 싫어졌다. 너무 인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도 같은 허리 굽히기 인사를 반복하는게 뭔가 보기에 안좋다고 느꼈다.

나중에는 인사할 어른들이 안보이면서 그러한 허리 굽히기 인사를 해야 하는 경우는 없어졌고 자연스레 목례 정도만 하는 인사만 하게 되었다.

서양의 경우

서양인, 백인들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라서 가볍고 사소한 예절은 중시하지만 한국인처럼 연장자에 대한 무거운 인사 예절 개념은 없다. 심지어 고개도 숙이지 않고 인사를 하며 당당하게 눈을 마주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예절법이다. 눈을 피하면서 인사하는게 그들로선 무례함이다. 동양에서는 눈을 마주치는 것은 일종의 도전,도발적 행위로 간주되어 무례의 극치다. 특히 한국에서는 어른에게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도 숙여야 예절이다. 이러한 한국식 인사예절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무례한 집단인 조폭들이다. 조폭들이 하는 90도 허리숙인 인사가 바로 정통 한국식 인사예절이다. 

 

그래서 동양, 특히 한국, 일본 기준으로 서양인들의 악수와 눈마주치기 인사법은 무례함의 극치다. 서로 완전히 예절 개념이 다르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동양 하면 주로 일본을 떠올리는데 일본이 이런 동양식 예법이 가장 철저하다 보니까 이러한 인사법을 이질적으로 바라본다. 서양에서는 눈도 안깔고 고개도 숙이지 않으며 허리 굽혀 인사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서양인 기준으로는 그런 행위는 노예나 하는 것으로 여기는게 아닌가 싶다. 서양 영화에서는 노예는 확실히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히고 있으니 서양인의 관점으로 한국,일본의 고개,허리 숙이기 인사를 보면 그러한 노예의 인사를 연상시키지 않을까?

 

굽신굽신 굴욕의 인사법을 집어치우자.

상하,수직적 위계질서가 아직도 남아있는 한국의 경우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그 인사예절이 여전한 모양이다. 상대가 인사를 했더라도 고개,허리 숙이는 걸 보지 못했으면 인사를 안했다고 여기는 인식은 여전한가 보다. 왜 그런고 하니 인사를 할때 연예인들을 보더라도 고개를 두번, 세번 계속 숙여서 인사를 한다. 특히 여러명에게 인사를 할 때 고개,허리를 연신 숙이게 되니까 자동적으로 굽신굽신 하는 인사가 돼버린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 최소한 욕은 먹지 않는다. 그런데 고개를 숙이지 않고 허리를 굽히지 않고 말로 인사하면 인사성이 밝지 않은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굽신굽신 하는 인사가 예절이 돼버린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이런 굽신굽신 하는 인사예절이 과연 보기에 아무렇지 않은가?

내가 볼때는 상당히 그 모양이 굴욕적이다. 한번 깔끔하게 인사하는 것은 예절로서 멋있다. 문제는 몸을 구부려서 두번 이상 연신 하게 되면 이게 상당히 굴욕적이고 찌질하게 보인 다는 것이다.  특히 서양인이 볼때는 노예를 연상시키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 이제 이러한 굽신굽신 인사예절은 집어치우자. 상대가 봤든 안봤든 고개,허리 굽히기는 딱 한번만 하고 목소리로 한번만 인사하자. 그걸 상대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더라도 인사 안했다고 뒷담화하는 의식을 버리자. 서양인에게 비굴해보이는 이미지의 굽신굽신 인사는 한국인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인사예절이라는게 물론 잘 지키면 좋은 것이지만 인사를 받는 사람들이 자기가 잘 못봐놓고 인사한 사람을 오해하여 인사성 없다는 의식을 가지기 때문에 인사하는 자세가 필연적으로 굽신굽신이 될 수 밖에 없다. 굽신굽신은 과도한 인사예절이 낳은 보기에 좋지 않은 인사법이다.  여러 사람에게 인사할 때는 그냥 대표로 딱 한번만 하거나 아니면 아예 말로 인사하는게 낫다. 이 굽신굽신때문에 서양인이 한국인을 우습게 볼 가능성이 높다. 서양인은 한국처럼 굽신굽신 인사하는 일본인의 인사법을 보며 조롱하거나 비웃는다. 그러니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그렇게 볼 것이다.

굽신굽신 인사 이제는 제발 집어치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