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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지식

이야기 고사성어 70 좌고우면/주지육림/죽마고우/준조절충

by 독거성자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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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顧    右    眄

왼 좌    돌아볼 고   오른 우    곁눈질할 면

좌고우면: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다: 눈치를 살피며 결정하기 망설이는 태도

 

삼국 시대 魏나라의 진위장군은 재능과 꾀가 출중해 조조의 맏아들 조비와 셋째 아들 조식이 후위를 가지고 다툴 때 조비의 상담역을 맡기도 했다. 조식이 오질에게 보낸 편지 여오계중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술잔 가득한 술이 앞에서 넘실거리고 퉁소와 피리가 뒤에서 연주하면, 그대의 모습은 독수리가 비상하는 듯 하며 봉황이 살피고 호랑이가 응시하는 듯 합니다. 명신 소하나 조참도 그대에 미치지 못하고, 명장 위청과 곽거병도 그대의 곁에 올 수 없습니다. 마치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펴보아도左顧右眄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니, 이 어찌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원래 좌우를 살펴보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뜻이 변해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 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酒    池    肉    林

술 주    못 지      고기 육       수풀 림

주지육림: 술연못  고기숲: 호화롭고 사치스런 술잔치

 

殷나라 마지막 왕 주왕은 오랑캐의 유소씨국에서 공물로 보내온 달기라는 미녀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충신들을 죽이고 포악한 정치를 일삼았다. 호화로운 궁전을 만들어 나라의 살림을 기울게 하고, 거대한 연못을 파서 술로 채웠는데酒池 연못을 채우는 술을 빚을 때 나온 술지게미가 십 리 밖까지 산처럼 쌓였다고 한다.

 또 고기를 숲처럼 걸어 놓고肉林 남녀들을 발가벗겨 그 사이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시키며 밤낮으로 잔치를 베풀었다. 이를 보다 못한 충신들이 간언을 하면 주왕은 도리어 그들을 불충자로 몰아 숯불 위에 기름칠한 구리기둥을 걸쳐 놓고 그 위를 걸어가게 하는 포락지형砲烙之刑에 처하곤 했다. 이렇듯 폭군으로 악명을 떨친 주왕은 결국 周나라 시조인 무왕에게 멸망하고 말았다.

 - 사기 은본기 -

 

竹    馬    故    友

대나무 죽  말 마    엤 고      벗 우

죽마고우: 죽마를 타고 함께 놀던 옛 친구: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오랜 벗

 

晉나라 무제와 제갈정은 오래된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과거 제갈정의 아버지가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가 살해된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제갈정은 진나라를 원수로 생각하고 벼슬에도 나가지 않았다. 무제는 그에게 높은 지위를 하사하여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제갈정은 응하지 않았다.

 이에 무제는 자신의 숙모이자 제갈정의 누나인 제갈비를 시켜 자리를 만든 뒤, 그 자리에 불쑥 찾아가 제갈정을 만났다. 함께 술을 마시던 무제는 제갈정에게 "자네는 예전에 나와 같이 죽마를 타고 돌아다니던 시절이 생각나지 않는 건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갈정은 "아직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도 못했는데 오늘 폐하를 만나게 되니 마음이 참담합니다."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마음을 이해한 무제는 억지로 만나고자 한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했다.

 - 세설신어 품조편, 진서 은호전 -

 

樽    俎    折    衝

술통 준  도마 조    꺽을 절   찌를 충

준조절충: 술자리에서 적의 창끝을 꺽다: 평화로운 교섭으로 일을 유리하게 담판짓거나 흥정함

 

춘추전국 시대 齊나라 경공 때의 재상 안영은 품성이 온후하고 박식한데다, 한 벌의 여우털옷을 30년이나 입었을 정도로 검소한 청백리였다. 경공이 그에게 큰 고을을 하사하려 하자 "욕심이 충족되면 망할날도 가까워지는 법입니다." 하며 사양했다고 한다. 당시의 중국은 12개의 큰 나라를 비롯해 100여 개의 작은 나라들로 분열된 극심한 혼란 상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영은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빈틈없는 외교 수완을 발휘해 齊나라의 지위를 공고히 확보해 나갔다.

 그의 탁월한 외교 수완에 대해 안자춘추에서는 "안영은 술통과 도마 사이樽俎(술자리)를 나가지 않고 천리 밖에서 적의 창끝을  꺽어 막았다折衝." 고 기록하고 있다.

 - 안자춘추 내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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