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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지식

이야기 고사성어 4 개관사정/거안제미/거자일소/건곤일척

by 독거성자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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蓋 官 事 定

덮을 개     벼슬 관    일 사     정할 정


개관사정: 죽고 난 뒤에야 그 사람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


두보과 쓰촨성 기주의 산골에서 가난하게 사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곳에는 자신의 친구 아들인 소혜가 유배되어 와서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두보는 

소혜에게 한편의 시를 써 주어 그를 격려하고자 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길가에 버려진 연못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부러져 넘어진 오동나무를

백년 되어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쓰이게 되고

조그만 물웅덩이 속에도 교룡이 숨어있을 수 있다네

장부의 일이란 관 뚜껑을 덮어야 비로소 결정되는 법

그대 다행히 아직 늙지 않았거늘

산중에 초췌하게 있음을 어찌 원망하랴

심산유곡은 있을 곳이 아니로다

벼락과 도깨비와 미친 바람이 함께 하나니"


- 두보의 군불견(君不見)-


擧 案 齊 眉

들 거    책상 안     가지런할 제   눈썹 미


거안제미: 밥상을 눈썹높이로 가지런히 받들어 올림: 아내가 남편을 지극히 공경함


후한 시대에 양홍은 비록 가난했지만 박학다식하고 절개가 꿋꿋해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같은 현에 맹광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나이 서른에 얼굴은 못생겼고 힘이 장사였다.

그녀는 부모에게 "양홍 같은 어질고 덕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양홍은 바로 예를 갖추고 그녀를 신부로 맞이했다. 

어느날 양홍이 친구들에게 보낸 시 속에서 왕실을 비방하는 내용이 발견되었다.


이에 두사람은 오나라로 피신해 대부호 고백통의 집에서 방앗간지기로 일하며 살았다.

이때 양홍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맹광은 눈을 아래로 깔고 밥상을 눈썹 위까지 들어올려(擧案齊眉)

공손하게 바쳤다. 이를 본 고백통은 부부의 됨됨이에 감동해 그의 집 안에 머물게 하고

옷과 음식을 제공해 주었다. 이후 양홍은 마음 편히 학문을 닦아 훗날 수십 편의 훌륭한 책을

저술할 수 있었다.


-후한서 양홍전 -


去 者 日 疎

갈 거       놈 자        날 일      성길 소


거자일소: 죽은 사람은 차차 잊혀지고 친했던 사람도 멀리 떠나면 소원해진다.


문선文選은 육조 시대 양나라의 소명태자 소통이 엮은 주나라의 시문집이다.

여기에 잡시로 분류되어 수록된 작자미상의 시 19수 중 14수에서 거자일소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시는 성문 밖 묘지를 바라본 감회와 인생의 무상함을 읊고 있어 읽는 이의 가슴에 사무치게 와 닿는다.

거자일소란, 슬픈 사별을 했어도 죽은 사람은 날이 흐름에 따라 점차 잊혀지고 아무리 절친한 사람도

일단 멀리 떠나면 소원해진다는 뜻을 안고 있다.


"떠날 사람은 나날이 멀어지고 오는 사람은 나날이 친해지네

성문 나서 곧바로 바라보니 보이는 것은 언덕과 무덤뿐

옛무덤은 갈아엎어 밭이 되고 송백松柏은 베어져 장작이 되었네

사시나무에 몰아치는 슬픈 바람소리 쓸쓸히 애간장을 끊는구나

고향에 돌아가려 마음 먹어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어이할 꼬"


- 문선, 잡시-


첨언:

거자일소를 영어로 하면 Out of sight, Out of mind 가 되겠다.

우리말로 하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인데 이게 혹시 영어를 그대로 직역한 말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영어는 이미 반세기 이상  때로는 순수 외국어, 때로는 토착화된 외래어로 이미 우리 일상언어에 

깊숙히 침투해 있다. 그래서 영어를 번역하거나 영어식 언어표현이 은근히 많다. 아웃오브 사이트,아웃오브 마인드도 그럴 것 같다.


乾 坤 一 擲

하늘 건   땅 곤        하나 일    던질 척


건곤일척: 운명을 걸고 승부를 걸다.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가 지은 과홍구라는 칠언절구에서 비롯되었다.

홍구란 허난성의 가로하(賈魯河)를 말하는 것으로, 초패왕 항우와 한왕 유방은

5년에 걸친 다툼을 멈추고 잠시 이곳에서 휴전했다. 하지만 유방은 곧 참모 장량과 진평의 진언에 따라

다시 말머리를 돌려 초나라를 추격함으로써 천하의 패권을 걸고 항우와 최후의 싸움을 단행하게 된다.


이 시는 한유가 홍구를 지나면서 유방에게 건곤일척을 촉구한 장량과 진평의 엤일을 기리며 읊은 회고시다.

건곤은 주역의 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천지와 천하를 뜻한다. 따라서, 건곤일척은 흥하든지 망하든지

하늘에 운을 맡기고 어떤 일을 단행하는 것을 말한다.


"용은 지치고 범은 피곤해 산천을 나누었으니 이로 인해 만 백성이 목숨을 보존했네

누가 군왕으로 하여금 말머리를 돌리게 해 진정으로 건곤일척의 성패를 겨루게 했는가?"


-한유의 과홍구(過鴻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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