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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

by 독거성자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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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

 

만화 '생존' 그 제목의 역설

카와구치 카이지의 만화'생존'은 그 이름이 워낙 흔하게 쓰이는 보통명사라 검색하기 쉽지 않다.

이 보통명사'생존'이 제목인 만화는 주인공의'생존'을 다루면서도 사실 주된 사건의 내용은

주인공 딸의'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생존의 줄거리를 한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암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중년남성이 실종된 딸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딸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박감이 넘치는 이야기

암에 걸려 의사로부터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직장을 그만두고 신변을 정리하면서 딸의 죽음을 알게되고

그 딸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온몸을 던져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스테리를 풀어가는데 그 긴장의 끈은 한시도 늦추지 않고

시종일관 빠르게 진행된다.

 

 

어떤 만화들은 종점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무리하게 질질 끌거나 템포를 늦추어 분량을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만화는 정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정확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맞춘다.

작가의 뛰어난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짝짝짝.

 

부인은 이미 사망했고 자신도 암선고를 받아 죽을날 만을 기다리는 와중에

딸의 죽음에 얽힌 문제를 경찰마저 공소시효가 거의 끝나서 포기한 상태에서

모든걸 혼자 힘으로 풀어나가려는 주인공을 이끄는 힘은 딸에 죽음에 얽힌

억울하게 묻혀진 진실을 밝힘으로써 그 원혼을 달래고자 하는 애틋한 부성애다.

 

자신도 죽을 병에 걸린 마당에 이미 시신이 된 딸의 진실을 알기 위해

주인공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쟁정신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머리털이 쭈뼛서는 반전의 연속은 그야말로 만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왜 이 만화가 검색이 잘 안되는지 의아할 정도로 스토리,작화,연출 모두 발군의 작품이다.

카와구치 카이지의 다른 작품인고백역시 이러한 죽음,정확히는 살인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가면서

동시에 엄청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는 점에서 생존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작품이다.

아무튼 다시 생존으로 돌아가서,주인공은 흡사 추리소설의 주인공 탐정처럼 미스테리를 풀어간다.

그런데 그 방식이 천재적이라기 보다는 발로 뛰고 온몸을 던져 호소하는 매우 인간적인 방식이다.

이미 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 마당에 공소시효 때문에 눈앞에서 범인의 기고만장한

으름장에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은 처절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을 도와 범인을 쫓는 형사 역시 과거에 공소시효 떄문에 진범을 놓친 경험이 두번이나 있기에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한이랄까 집념이랄까 그러한 간절한 마음이 주인공에게 보태어져 사건은 반전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전개된다.

이미 딸을 죽이고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명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단서를 찾아내 기어코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주인공의 집념은 범인과의 머리싸움을 넘어선 인간승리의 현장을 연출한다.

범인이 경찰에 잡히고 주인공은 기적적으로 암 사망선고를 벗어나 회생의 가능성을 의사로부터

알림 받고 여행을 떠나는데 마지막에 그를 떠나 보내는 조력자 형사의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이라....

한마디의 빛과 어둠,즉 한순간의 시간이라도 가볍지 않다는 말인데 이 만화'생존'을 보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주 절절하게 느껴진다.

본래 주자의 시에 있다고 하며 명심보감 권학문의 구절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열심히 공부하란 뜻으로 인용된다.

공부만이 아니라 세상만사 이렇게 일촌광음 불가경의 자세로 임한다면

못이룰 일이 없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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